어깨를 다친 기억도 없는데 어깨가 아프다. 좀 아프다 말겠지…라고 생각하지만,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진다. 팔을 위로 들어 올리기가 어려워져 세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밥 먹을 때 숟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고, 화장실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.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가보니 ‘ 오십견’이란다. 오십견이란 무엇이고, 오십 세가 안됐는데도 오십견이 올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.
어깨관절(shoulder joint)은 상박골의 머리(humeral head)와 관절와(glenoid cavity)의 접촉으로 이루어진다. 상박골 머리와 닿는 부위의 관절와가 조금 들어가 있고, 그 주위로 섬유 연골이 주성분인 테두리가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, 골반이 대퇴골두를 완전히 감싸는 고관절에 비하면 좀 불안한 게 사실이다. 어깨 탈구가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인데, 이를 보상하기 위해 여러 개의 인대와 근육이 어깨관절을 지지해 준다. 최종적으로 그 둘레를 섬유주머니가 둘러싸고 있는데, 이 주머니를 ‘관절낭(capsule)’이라고 한다.
별다른 외상 없이 어깨가 아프고, 운동하기 힘들면 오십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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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십견은 별다른 외상 없이 어깨가 아프고 그로 말미암아 운동이 제한되는 질환을 말한다. 어깨관절을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(관절낭염) 달라붙어(유착) 잘 움직여지지 않고 아파지는데, 의학적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(adhesive capsulitis)이고, 세간에서는 동결견(frozen shoulder)이라 부른다.
1934년 어깨를 잘 못 움직이고 아파서 밤에 잠도 잘 못 자는 환자를 진찰한 코드맨(Ernest C. Codman)이 처음으로 동결견이라는 말을 썼고,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리거나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일(오른팔이라면 시계방향)이 어려워지는 게 이 병의 특징이라고 했다.
코드맨은 동결견의 원인을 몰랐지만, 1945년 네비애서(Robert N. Neviaser)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유착성 관절낭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, 이 두 용어가 같은 질병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.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, 여기서는 그 둘을 같다고 간주한다.
오십견이란 별칭처럼 동결견은 50대에서 주로 발생하며, 40세 전에 생기는 일은 드물다. 가장 흔한 나이가 56세며,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. 정형외과에서는 제법 흔한 질환으로, 전체적으로 보아 이 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3~5% 정도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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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깨관절은 상박골의 머리와 관절와가 만난부위로,다리의 고관절에 비해 조금은 불안한 구조로 되어 있다.이부분에 염증이 생긴것을 흔히 동결견이라고 부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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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동결견은 1~3년 사이에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며, 오랜 기간 어깨 움직임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20~50% 정도다.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 여부는 빈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, 양쪽 어깨에 동시에 동결견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. 다행스럽게도 동결견의 재발은 아주 드물다.
50대에 주로 발병하는 동결견, 아직 그 원인이 다 알려지지 않았다
동결견의 원인은 아직 알려져지 않았다. 외상이나 다른 질병이 동결견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으며, 특히 당뇨병 환자는 동결견에 걸리는 일이 아주 흔해, 그 비율이 10~36%에 달한다. 갑상선 기능 항진증∙ 갑상선 기능 저하증∙ 파킨슨병∙심장병∙ 뇌졸중 등에서도 동결견이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.
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 동결견의 증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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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결견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, 어깨에 통증이 있어서 운동범위가 제한된다는 소견을 보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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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결견은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. 첫 단계는 통증단계 혹은 냉동단계로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면서 관절운동의 범위가 줄어든다. 통증은 밤에, 누워있는 상태에서 더 심해지므로 수면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. 환자는 증상이 금방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오지 않지만, 사실은 상박골과 관절와의 접촉부위에 염증이 생겨 있다. 통증이 더 심해지고 운동범위가 더 줄어들고 난 뒤에야 병원에 오는데, 이 과정이 3~9개월에 걸쳐 일어난다.
1단계의 환자 중 상당수가 2단계로 진행되며, 이걸 유착 단계라고 부른다. 팔을 움직이면 아프니 어깨를 점차 안 쓰게 되고, 그 결과 통증이 사라지더라도 어깨는 여전히 뻣뻣한 상태가 된다. 특히 팔을 바깥으로 돌리는 게 제한되며, 그다음엔 들어 올리는 것도 안되어진다. 이 과정은 4~12개월 사이에 일어난다.
세 번째 단계가 관해 단계로, 어깨의 움직임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며, 이건 12~42개월 걸린다. 일부에서는 관절운동이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지만, 대개가 노령에 접어드는 환자들이고 활동이 많지 않기에 어느 정도의 운동 제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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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깨가 아픈 것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어, 섣불리 동결견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
동결견은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감별이 어렵다. 어깨가 아프면 무조건 동결견을 생각하기 쉽지만, 사실 어깨가 아픈 원인질환으로 더 많은 것은 회전근개 질환이라고, 어깨에 분포하는 근육들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. 그밖에 관절염이라든지, 경추이상, 내부장기 이상에서 초래되는 통증이 어깨로 간 경우, 종양, 신경손상 등이 있을 때 어깨가 아플 수 있으므로 이들과 감별진단을 해야 한다.
사실 동결견은 어깨가 아픈 원인을 모를 때 내리는 잠정적인 진단으로, 동결견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추후 경과를 잘 살펴서 진짜 원인이 뭔지 더 찾아보도록 노력해야 하지만, 환자들도 그렇고 의사 중에서도 동결견 진단을 좀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. 정형외과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.
“일반적으로 동결견이 매우 흔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근래 조사한 바로는 어깨 통증의 원인 중 약 5% 내외의 빈도였다는 보고가 있는 것으로 보아, 과거에는 발생 빈도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.”
니어Neer (C. S. Neer)라는 의사는 동결견의 임상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.
1. 견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들며, 이 범위를 지나서 움직이려 하면 통증이 발생하지만
제한된 범위 내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다. 2. 누르면 아픈 것, 즉 압통이 없다. 3. 방사선 소견에 골다공증 말고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. 4. 혈액 검사에서 특이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. 5.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. 6. 저절로 회복이 되면서 통증이 사라지고 운동범위도 정상으로 돌아온다. 7. 40세~60세에서 흔하다.
수동적인 관절운동을 통해서 운동범위를 정상화하는 것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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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중요한 치료는 수동적인 관절운동을 통한 운동범위의 정상화다. 초기, 즉 움직이면 아픈 시기에는 휴식을 취해야겠지만, 이 시기가 지나면 어깨 통증을 심하게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자 스스로 수동적 관절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. 따뜻한 물 찜질 후 시행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며, 손가락을 벽에 대고 점차 위로 올리는 운동이 대표적인 운동법이다. 이런 운동을 하루 6회 정도 시행해 굳어진 어깨를 서서히 이완시키는 게 치료의 목표다.
통증이 심하면 운동치료와 함께 진통 소염제를 쓰기도 하며, 잘 안 들을 때는 마취를 시키고 강제로 운동을 시키거나 스테로이드를 주입하기도 한다. 이런 비수술적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, 수술은 관절경을 이용하거나 어깨관절을 열고 시행한다. 환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. 즉 동결견은 만성적인 질환이며 증상이 다 나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환자에게 이해시키고, 인내심과 의지를 가지고 의사 지시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.
동결견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통증이 수반되지만, 궁극적으로는 자연 치유될 수 있다. 그러니 어깨가 아프다 싶으면 빨리 병원에 가야하고, 진단이 내려지면 인내심을 가지고 자가 치료에 힘써야 한다. 노년의 행복은 어깨에 있으니 말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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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결견의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수동적인 관절운동을 통해 운동범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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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글 서민 /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
-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. 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다.
저서로 [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], [대통령과 기생충] 등이 있다.
발행일 2010.04.05
이미지 gettyimages/멀티비츠 * 출처 : 네이버캐스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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